오랫만에 부모님댁을 찾아 갔더니 수돗가에 파란콩이 물에 담가져있더군요
저희가 간다고 하니 두부를 만들어 주실양으로
지난 가을 추수한 검은콩을 두되반 가량 물에 불리시고 계셨네요
불리고 있는 콩을 보자마자 제 머릿속에는 벌써 김이 모락모락나는 두부가 그려집니다
지난 가을에는 마당에서 갈았는데 날씨가 매서워 방에서 콩을 갑니다
맷돌!!!
보기만 해도 정겨운 맷돌에서 콩이 갈아지는것을 보니 신기하기만 했죠
아들내외 방문에 반가우신 부모님들 3박자 맞추며 콩가는 모습 정겹죠
3박자 맞추며 맷돌 돌아가는 소리 들으며 좋기만 하더니
아버님 잠깐 나가신 사이 잠시 손잡이를 인계받아
장단 맞추어 보았으나 장난 아니더라구요
몇번 돌리다 쉬기를 수십번..
콩은 왜 바닥을 보이지 않고 자꾸만 나오는지
야속하기만 하더만
그래도 끝까지 갈아 놓고 보니 저만큼 쌓입니다
푸짐해 보이네요
두부 만드는걸 몰랐을때는 저 갈아진 콩이 다 두부가 되는 줄알았답니다
이제는 끓입니다
마른 소나무가지로 불을 지피고
커다란 솥에 갈아진 콩을 넣어 끓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넘쳐나는 콩물을 잡으시느라
들기름을 조금씩 넣어주기도하고
심하게 넘칠때는 물도 부으면서 거품을 삭입니다
들기름은 거품 삭이는 작용을 한몫하는가하면
두부가 다 되었을때 구수한 향도 선물하죠
이제 거품도 삭고 콩도 익었으니 걸러야 한답니다
고운 보자기로 걸르면 두부가 아주 곱게 되는데
시골살림 이라서 그런지 쌀부대에 넣어 짜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제가 고운 삼베를 사서
이쁜 보자기를 만들어 드려야 겠네요
구경만 하고 있어 쉬워보이나
너무나 열심히 짜고 계시는 모습에 송구하기도 합니다
비지를 걸러내기도 하였지만
한번더 고운체로 걸릅니다
이렇게 걸른 콩물을 다시 솥에 넣고
이때 간수를 넣어 콩물을 응고 시킵니다
간수가 이렇게 생겼네요
이렇게 만들어 놓은 간수를 사서 넣기도하지만
굵은 소금가마에서 간수를 얻으면
더욱 맛있는 두부가 된답니다
간수는 따뜻한 물에 녹여 약한불에
콩물을 끓이며 조금씩 응고 되는 모양새를 보며 넣는답니다
간수를 넣으며 적당히 응고 되게 신중을 기합니다
얼마나 신중하고 부드럽게 염을 하시는지
간수 넣는 요령은 새색시 젖가슴 만지듯 살살 다뤄야 하신다는 농담에
한바탕 웃음꽃도 핍니다
두부 만드는데 무슨 삼겹살?
장작불 남은 열에 삼겹살에 소주한잔 !!!
이 얼마나 기막힌 맛인지...
아궁지에서 삼겹살 올려 놓은사이
콩물이 응고 되고 있네요
몽글 몽글 응고 되는 모양이 예술입니다
순두부 맛 보기위해 한사발 남겨놓고
두부판에 담습니다
두부판에 담아 무거운 맷돌로 눌러 약 30분 지나면 두부가 완성됩니다
그동안 삼겹살 냄새 죽이고
순두부에 김장김치 송송 썰어 얹고
밥도 한숟갈 말아야 제맛이라며
먹는법 까지 가르켜주십니다
물론 소주 한잔도 빠져서는 안되겠죠
앗싸!!!
드뎌 두부 완성입니다
맛있는 두부 다 되었네요
순두부, 모두부,참숯삼겹살
소주한잔
와우!!!!!
냄새를 너무 풍겼나 봅니다
활짝 열린 대문으로
지나시는 동네 어르신들 한분 두분 모이십니다
두부 한판에 동네 잔치가 되버리고 말았네요
서울 살림 싫다시고 낙향하신 부모님
덩달아 저희는 언제나 풍성한 부모님의 사랑을 맛볼수 있답니다
게다가 시골 인심도 맛보고
두부맛도 맛이지만 두부를 만들며
부모님 찾아간 저희들에게는 너무나 많은 사랑을
느끼고 돌아 올수 있었답니다
한판의 두부를 만들었지만
세상에 모든것을 다 가슴에 품을수 있었습니다
어머님!!! 아버님!!!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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