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대관령꽁지 입니다.
오늘은 꽁지의 옆지기글을 올리려 합니다.
얼마전 서울 처갓집을 다녀왔읍니다.
장모님의 88년을 정리하면서 옆지기의 글이 이쁘기에
블님들에게 소개를 합니다.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다시한번 생각을 하면서....
2년전 손주딸 결혼식의 엄마와(左) 결혼당시 엄마와 아버지(右)1947년정도로 추정
60년 정도 세월의 흐름
뒤에계신 아버지와 앞의어머니 한분은 누군지 모름(左)
울 외할머니 그러니까 어머니의 어머니(中)
사회생활하시던 어머니(右)
88년의 삶이었다
88년을 정리하는 엄마의 모습에서
아주 작고 힘없는 삶을 보았다
잔뜩 어지러진 짐 한켠에 앉으셔서
이것 저것 손에서 놓기 아까운 모습을 보자니 마음이 찡하다
손때묻은 살림살이는 그렇다 치고라도
평생의 기록인 앨범들이 수십권 쏟아져 나온다
1924년생
그연세에 울엄마는 경기여고를 거쳐
지금의 이화여대전신인 이화 여전을 나오셨다
학력이 말해주듯 그렇게 울엄마는 한국 여성지도자이셨고
지금의 역사를 이루셨다해도 지나치지 안는다
누구보다 강하셨고 누구보다 앞서가셨다
그만큼 자부심도 강하시어
당신의 아성 또한 높았다
하지만 세월 앞에 장사 없음이 분명하다
당신의 학력과 이력은 온데 간데 없고
그저 아주 작고 힘없는 노인의 뒷모습이 한없이 슬프다
울엄마는 자식을 넷을 두셨다
큰언니. 작은 언니. 오빠 그리고 나
흔히들 얘기하는 엄마의 사랑을 난 알지 못한다
울 엄마는 늘 바쁘셨고 너무나 먼곳(?)에 계셔서
내가 근접할수 없었다는 기억만 있다
엄마가 갖고 계신 잣대와 나의 잣대는 너무나 달랐다
난 엄마의 잣대에 따라갈수 없었고
엄마또한 나의 잣대에 늘 불만,
아니 그보다도 나의 잣대 자체를 이해하시지 못하셨다
참으로 많이도 원망하고 많이도 속을 썩혀드렸다
지금까지도 서로 다른 잣대는 조금도 가까워 지질 못한다
평생을 당신 혼자 올곶게 사실것처럼
그 어떤 자식도 근접을 못하게 하시더만
작년에 머리를 숙이고
작은 언니집으로 무조건 들어가셨나보다
이제는 도저히 혼자서 힘이드신다고 하셨다한다
아마도 삶을 정리 하실 마음이셨던것 같다
그렇게 혼자의 생활을 정리 하시고
엄마가 사시던 집을 정리 하시겠다고
날 더러 올라 오라하여 올라갔었는데
그렇게도 높았던 엄마의 아성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손때묻은 살림살이들이 하나씩 둘씩 버려지고
그 물건 중에는 그야말로 내 어릴적 물건들도 간혹 보이기도 한다
한쪽 켠에 앉으셔서 버려지는 물건들을 못내 아쉬워하고
그건 안돼 하시면서도 딸들의 손에 빼앗기며
버려지는 물건을 볼때 엄마 마음이 어땠을까...
쏟아지는 사진들....
아!! 그안에 엄마의 88년이 들어 있었다
빛바랜 사진들속에
엄마의 세월
엄마의 세월안에 나의 세월도 있었다
잣대 운운 하며 그토록 엄마와 타협하지 안았던
나의 세월도 그곳에 있었다
그 모든것들을 불에 태워 버린다는 언니의 말에
눈에 띄는사진들을 무조건 집어들었다
남편은 버려지는 책들을 한권 한권 살피며
엄마의 손때묻은 책들을 노끈에 묶어 차에 싣는다
그 책중에서는 내 어릴적 뒤적이던 옥편도 눈에 띈다
우리차(9인승 트라제)뒷좌석을 눕히고
실을수 있을 만큼싣는다
꾸역 꾸역 차가 터지기 직전까지 실으며
조금이라도 더 많은 흘러간 세월들을,
아니 흔적들을 갖고 온다
결국은 내게서도 버려질 물건들임이 분명한데 말이다
모르겠다
엄마를 모시고 있는 언니이기에
할말이 없어 무조건 따르기는 했지만
돌아가신것도 아닌데 꼭 이렇게 했어야 했을까
엄마 마음이 어땠을까..
냉정하게 생각하면 현명한 선택인건 알지만
왠지 그냥 돌아가실때까지
당신곁에 두었으면 안됬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그러한 행동안에
죽음과 삶이 드나드는 느낌이 든다
그냥 저리 갈걸.. 미련에 미련을 못버리고
하루 하루 연연 하며 버둥대며 살아가는 우리네 삶들에
무슨 의미를 부여해 봐야 할까
아무것도 아닌것을.....
법정 스님의 무소유가 뼈저리게 현실감을 주고
김수환 추기경님의 나눔의 삶이 뼈속을 파고든다
차안 가득 싣고온 엄마의 삶을 풀면서도
그리 유쾌하지 안고
무거운 마음들이 자리를 내주지 안는다
엄마!!!
사시는 날까지
사랑하며 살게요
이천십일년 삼월중순
산골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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